[기고] 주민 모르게 추진된 하수종말처리장, 신뢰부터 세워라

  • [한국농어민뉴스]
  • 입력 2025-08-25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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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5-08-25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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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을 배제한 행정, 갈등만 키운다



저는 고금면에서 살고 있는 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최근 추진된 하수종말처리장 건립 계획에 깊은 분노와 우려를 표합니다.

군은 이 사업을 오래전부터 검토했다고 하지만, 주민들은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부지를 매입하고 설계까지 끝낸 뒤에 형식적인 설명회를 연 것은 협의가 아니라 일방적 통보입니다. 주민을 주체가 아닌 배제 대상으로 여긴 행정에 충격을 금할 수 없습니다.

더 큰 문제는 부지입니다. 항동마을 민가에서 불과 10여 미터 떨어진 곳에 하수종말처리장이 들어섭니다. 창문을 열 때마다 악취가 밀려오고, 위생 문제로 생활환경이 심각하게 악화될 것이 뻔합니다. 행정이 주민에게 환경과 주거권을 포기하라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현재 담수호 인근 5개 마을(항동, 도남, 장풍, 척찬 일부, 부곡 일부)의 생활하수와 축산 하수가 100% 담수호로 유입되고 있습니다. 특히 도남리 비석공원 옆 배수관문으로 인해 장마철에는 석치마을을 포함한 4개 마을 하수가 인위적으로 우회 유입돼 담수호 오염이 심각합니다.

그런데도 군은 담수호와 직접 관련 없는 세동 외 5개 마을의 오수를 굳이 항동마을로 가져와 처리하겠다고 합니다. 왜 오염을 일으키는 인근 마을부터 해결하지 않고, 엉뚱하게 항동 주민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것입니까? 피해만 전가하는 탁상행정의 전형입니다.

우리는 하수종말처리장 필요성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절차와 부지 선정입니다. 과거 척찬마을 축사 추진 사례에서도 주민 반발로 사업이 무산된 바 있습니다. 당시 문제없다던 행정은 결국 물러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 상황도 다르지 않습니다.

행정은 주민을 이길 수 없습니다. 주민 신뢰와 동의 없는 사업은 결코 성공할 수 없습니다. 완도군은 밀실 행정을 멈추고, 주민과 머리를 맞대야 합니다. 그것이 지역 발전의 출발점입니다.

주민 없는 행정은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결코 삶터를 지키는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고금면 주민 정창용

황규형 기자 sky3ar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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