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나는 청년농업경영인이라는 억새가 꺾이지 않게 돕겠습니다”
청년농에게 의지할 기둥이 되고자 '비영리 농업단체' 청년후계농업경영협회
한때 ‘귀농’의 바람이 불었었다. 답답한 도시생활에서 벗어나, 나를 알아가고 세상을 공부할 수 있는 시골에서 농사지으며 사는 ‘자급자족의 삶’을 꿈꾼 것이다. 하지만 귀농은 알아야할 것도, 해야할 것도 너무 많기에 가볍게 도전했다가 패망하기 십상이다. 최재혁 청년후계농업경영협회 회장은 자라나는 청년농업경영인이 힘차게 자신의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고 있다.
Q. 청년후계농업경영협회을 시작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청년후계농업경영협회(이하 청경협)’은 이름대로 청년농업경영을 돕기 위해 만든 비영리단체입니다. 현재 농가 인구가 빠르게 고령화되고 청년층의 유입이 줄어들면서 미래의 한국농업의 적신호가 커졌다. 2024년, 세계 평균 곡물자급률은 102%인데 우리나라는 약 20%로 OECE국가 중 최하위죠.
쌀 이외의 곡물과 사료용 곡물도 거의 수입에 의존하는데 식량의 해외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우리는 수출협정에 따라 타 국에 끌려다니며, 결국 이는 국가 존폐위기와 연결됩니다.
이렇게 식량안보의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을 때 정부정책사업인 ‘청년후계농업인’이라는 좋은 제도를 알게 됐습니다. 이 분야에 대해 제가 농협 직원임에도 불구하고, 제 아내가 청년후계농으로 선발되고 제도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청년농업인의 지역사회 정착이 쉽지 않았습니다.
정부기관의 도움을 받기 어려우며 농협 내에서도 대출 진행이 얼마나 까다로운지를 현장에서 몸소 느끼며 현실에서 청년농의 수많은 어려움과 애로사항을 직접 체득하고, 매년 5,000명씩 선발되어 지역 각지에서 고군분투하실 청년농에게 의지할 기둥이 되고자 비영리 농업단체를 창설하게 됐습니다.
Q. 청경협이 하는 일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 부탁드립니다.
A. 청경협은 대한민국의 최초로 청년ㆍ후계농을 연계한 플랫폼으로써 지속가능한 농업경영을 지향하며 ▲딸기 ▲고추 ▲드론 ▲농지법 등 실질적으로 농사에 필요한 교육 및 체험강의와 ▲청년농업인의 행정기관 및 대출연계 지원 ▲농업경영체 및 농자재/시설관련 컨설팅 ▲온/오프라인 판로개척 ▲정부주도 농업사업 입찰 관련 일들을 시행 혹은 준비 중에 있습니다.
2023년 12월 17일 첫 온/오프라인 강의를 통한 작은 모임으로 시작해 3개월 정도가 지난 지금, '청년후계농업신문'이라는 언론사를 창설하여 회원 기자단과 함께 신문사 운영중에 있습니다.
또한 '청년후계농업 평생교육원'을 등록하여 교육청 인가를 받고 법적인 교육시설을 만들어 딸기, 고추, 드론 등 다양한 농업교육 강의 진행 예정 중에 있습니다.
현재 가입한 회원도 100명이 넘는 인원으로 향후 비영리민간단체로 승격 준비 중이며, 전국 청년농업인들과 함께 서로 협력해 나갈 수 있는 협회를 만들고자 5월 6일 창립총회가 열릴 예정입니다.
Q. 현재 대한민국에 청년농업인이 얼마나 있고, 그들에게 당장 필요한 건 뭘까요?
A. 통계청 농림어업 총조사에 따르면 22년 기준 국내 농업인은 216만 5,626명으로 지난해에 비해 2.3% 줄었으며, 65세 이상 농업인 고령비율은 2020년 42.3%에서 2022년 49.8%로 심화되고, 올해는 농가 고령비율이 50%를 넘길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반면, 2022년 40세 미만 농업인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7%에 불과하며 40세 미만 농가인구는 28만 3,122명으로 전체 농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해서 낮아지는 추세입니다.
농촌 소멸의 문제는 더 이상 우려의 차원이 아닌, 현실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국정 문제로 야기되고 있습니다.
저희 청경협은 농촌소멸의 본질적인 문제 및 해결방안 역시도 사람이라 생각했습니다. 농촌에서 청년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을 잘 구성하여, 정착하여 잘 먹고 잘살 수 있는 소득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거든요.
농정의 핵심 국정과제인 '농업의 미래 산업화'를 위해 농업에 관심있는 청년(40세 미만) 및 장년(50세 미만)들에게 제1차 ('23~27년) 후계·청년농 육성계획을 세우고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현재 농림부 주관 하 '청년ㆍ후계농업인 영농정착 지원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나, 직접 경험으로 체득하며 청년농업인으로 선발되고 지원제도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행정기관 연계나 대출 지원 등 청년농업인의 지역사회 정착이 쉽지 않았던 부분이 많음을 느꼈습니다.
이에 저희 청경협은 대한민국 최초로 청년ㆍ후계농을 연계한 플랫폼이 되어 함께하시는 농업인분들에게 농업교육 및 컨설팅, 판로개척과 정부주도 농업사업 입찰 등을 통해 실제 농업에 필요한 다양한 혜택을 드리면서 '청년ㆍ후계농업인의 사후관리 운영기관'이 되어 차세대 미래농업을 함께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Q. 본격적으로 청년농에게 도움을 주기 시작한 지 얼마나 됐나요?
A. 정식적으로 법적단체가 된 지는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신생단체입니다.(웃음) 많은 응원이 필요할 때입니다.
작년 12월부터 준비해 선발된 청년후계농 300여명과 소통하다, 각자가 모여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단체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달 전부터 마음 맞는 분들끼리 한두 분씩 모이기 시작해 12명의 간부진이 모여 농촌진흥청, 농림축산식품부와 국회를 방문하며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신생 협회로써 의견을 모으고 조율하는 과정은 상당히 어렵더군요. 각자 1인 1표의 권리로 협력하고 상생하는 과정에서 물론 다양한 갈등과 불협화음이 생길 수 있죠.
그러나 현실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서로가 납득하고, 화합하여 이해하는 과정에서 협회에서만 나오는 지속가능성과 구성원 간의 시너지에서 1+1=2를 넘어, 10 혹은 100이 될 수 있음을 눈으로 보는 건 정말 뿌듯한 보람입니다.
대학생 시절부터 생활협동조합 학생회에서 사무국장으로 활동하고 농업협동조합에서 직원으로 다년간 현장에서 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 대한민국 청년후계농의 든든한 서포터가 되어 활동하고 싶습니다.(웃음)
Q. 청년농업인들이 좌절하는 이유, 가장 힘들어하는 이유는 뭘까요?
A. 청년농업인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이유는 '나홀로 설 수 없음'이 아닐까요? 물론 초기투자 부담, 농업경영 노하우, 재배방법 미숙, 장비 부족 등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핵심은 본인이 하고 싶은 귀농을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청년농업인으로 선발되어 기쁜 마음으로 뛰어든 현실에서 지역사회의 정착이 쉽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청년농업인 정책사업을 진행하며 대표인 저 역시 쉽지 않았습니다. 갓 농사를 시작할 청년농업인이 혼자 얼마나 외롭고 힘들지를 직접 현장에서 몸소 느껴왔습니다. 수많은 어려움과 애로사항을 겪으며 직접 체득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를 통해 지역 각지에서 고군분투하실 청년·후계농분들이 나홀로 설 수 없음을 알기에, 저희 청경협이 의지할 든든한 기둥이 되어드리고자 합니다.
Q. 지금까지 만난 청년농업인 중 가장 기억 남는 인물은 누구 인가요?
A. 청년농업인 중 가장 기억 남는 한 남성분이 계십니다. 청경협 창립 초기에 만나 인터뷰를 진행한 경기도 이천에서 활동하는 분입니다.
4-H와 농업기술센터, 마을회의 등에 활발하게 참여하시며 농업관련 기관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작물을 어떻게 잘 키울 수 있을지 고심할 정도로 열정을 지녔습니다. 더불어 가업을 물려받아 지역사회에 대한 깊은 애정을 지녀 저 또한 크게 감동 받았었는데요.
게다가 고향 선후배들과 동고동락하며 지내온 과거농사 이야기의 다양한 경험사례를 통해 농촌문화를 들으며 장점도 있지만, 아쉬움을 토로했던 인터뷰 진행 3시간 동안 정말 많은 배움을 얻었습니다.
또, 저희에게 앞으로 청년농업단체를 이끌며 기존 농업인 및 농업단체, 관련기관 및 공무원분들과 마찰보다 함께 상생하고 다툼보다 대화와 협의를 통해 해결해나갈 수 있는 비전을 많이 제시해 주셨습니다.
이를 통해 저희 청경협도 지역사회 발전과 차세대 미래농업을 위해 초심과 방향성을 잊지않고 앞으로 나아가고자 합니다.(웃음)
Q. 현재 농업트렌드는 무엇이며, 각 지역에 따라 농업 트렌드가 다른가요?
A. 현재의 농업트렌드는 도시와 농업이 함께 공존하는 도시농업부터 시작해 유기농업, 치유농업, 차세대 농업 EFT 등 다방면으로 뻗어나가고 있습니다.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스마트팜의 경우 지역에 따라 충남 서산이나 울산광역시 울주군, 전남 고흥군 등 대규모 스마트팜 단지나 지원사업 규모 확대 등으로 다방면에서 지역별 청년농업인들의 유입과 확산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초기 스마트팜 시설장비의 가격은 비쌌지만 양산화가 진행되며 상대적으로 저렴해지고 양액측정센서와 제어장비, LED 및 영상장비와 생육환경 관리시스템의 많은 발전으로 앞으로도 많은 기대가 되리라 예상합니다.
Q. 앞으로 청경협과 회장님의 목표는 무엇입니까?
A.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머리'라는 말이 있습니다. 시작부터 많은 후계농분들과 함께하자는 뜨거운 열정으로 시작하되, 단체를 운영함에 있어선 이성적인 전략이 필요하죠.
사업 구상도를 7 Step으로 나누어 구성원들의 의견을 모아 현재 실현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을 우선 나눈 뒤 가능한 계획을 최우선적으로 수립해 나가고, 불가능한 계획은 이후 문제가 해결되며 가능해지는 순으로 점차 차례대로 처리하면서 효율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예정입니다.
최우선적으로는 농업교육과 컨설팅 부문으로 시작해 전국 청년후계농의 판로개척과 최신영농기술 및 스마트팜 등, 청년후계농업경영협회가 정부 주도 사업에 앞장서 청년후계농을 도와 차세대 미래농업을 함께 일구어 갈 계획입니다.
최고는 아무나 할 수 없지만, 최선은 누구나 할 수 있다고 하는데, 우리는 어떤 단체의 후원이나 대기업의 주도로 이루어진 것이 아닌, 청년농들의 한마음 한뜻이 모여 결성된 단체입니다.
시작은 미약하고 다소 부족해 보일 것이다. 하지만 최고는 아닐지라도 최선을 다해 청년농의 실질적인 어려움 해결에 함께 동참할 것이라 약속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지켜봐 주십시오. 최초의 협동조합의 창시자 '로치데일'처럼 우리의 "같이의 가치"를 말이죠.(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