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능·안전·재활용”을 동시에 잡는 길

전기차 시대의 경쟁력은 이제 단순한 배터리 용량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고에너지 밀도와 안전성, 제조 효율, 그리고 재활용까지 확보해야 비로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로 대표되는 우리 배터리 기업들이 소재 혁신에 집중하는 이유다.
그 가운데 조용히, 그러나 의미 있게 부상하는 기술이 있다. 바로 전도성 고분자(Conductive Polymer) 기반 점착·접착 테이프다. 단순한 보조재가 아니라, 배터리의 구조·전기·열 관리 전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플랫폼 소재’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 에너지 밀도와 수명, 동시에 높인다
리튬이온 배터리 전극에서 전도성 고분자는 바인더와 도전재 역할을 겸한다. 이를 통해 별도의 도전재를 줄일 수 있어, 제한된 공간에 더 많은 활물질을 담을 수 있다. 결국 에너지 밀도가 높아지고 주행거리가 늘어난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수명이다. 부피 변동이 큰 실리콘계 음극재의 팽창·수축을 유연하게 흡수해 전극 파손을 줄인다. 이는 사이클 수명을 안정적으로 늘리는 핵심 요소가 된다.
■ 경량화와 제조 혁신, 비용 구조까지 바꾼다
금속 기반 소재를 고분자로 대체하면 무게가 줄어든다. 전기차에서 무게 감소는 곧 효율 향상으로 이어진다. 게다가 테이프 형태로 적용되면서 공정이 단순화된다. 액상 접착제 대비 관리가 쉽고, 부품 수가 줄어 제조 효율과 비용 경쟁력이 함께 개선된다. 배터리 혁신이 ‘대형 설비’가 아니라 ‘섬세한 소재 선택’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 안전과 열 관리, “위험을 줄이는 기술”로
배터리 산업의 최대 리스크는 열 폭주다. 전도성 고분자 테이프는 전기 절연 기능과 열 전도 기능을 함께 설계할 수 있어 셀 간 단락을 줄이고, 발생 열을 효과적으로 분산한다.
여기에 불연성 고분자 전해질, 고분자-세라믹 분리막 기술이 더해지면 과열·내부 단락·덴드라이트라는 배터리의 고질적 위험요인을 동시에 낮출 수 있다. 안전성은 ‘추가 옵션’이 아니라,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 재활용과 수리, 순환경제의 관문을 열다
가역 접착 기술이 적용된 전도성 고분자 테이프는 특정 조건에서 접착력이 낮아지도록 설계된다. 이를 활용하면 배터리 모듈을 파손 없이 분리할 수 있고, 수리 비용을 낮추고 재활용 공정을 단순화할 수 있다. 배터리는 이제 ‘쓰고 버리는 제품’이 아니라 순환되는 자산으로 전환되고 있다.
■ 우리가 주목해야 할 이유
배터리 경쟁은 셀 용량 경쟁에서 소재 전략 경쟁으로 옮겨가고 있다. 전도성 고분자 테이프는 배터리의 ▲구조(뼈대)를 가볍게, ▲전도(혈관)를 효율적으로, ▲열 관리(체온)를 안정적으로 만드는 보이지 않는 혁신이다.
우리 배터리 산업이 세계 시장에서 앞서기 위해서는 거대한 설계보다 섬세한 소재의 진화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전도성 고분자 테이프는 그 변화의 실마리를 보여준다. 조용하지만 결정적인, K-배터리의 다음 경쟁력이다.
풍성한 주식회사 한규준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밴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