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 유자 생산량과 공장 처리 규모 사실상 비슷…외지 반출 고려하면 원료 부족 우려
임야·유휴농지 활용한 2천 평 이상 집적화 단지로 생산 기반 확대해야
[한국농어민뉴스] 전남 완도군 고금면에 200억 원 규모의 최첨단 유자 가공공장이 들어설 예정인 가운데, 공장의 안정적인 가동을 위해서는 완도산 유자 원료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생산 기반부터 서둘러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완도군과 ㈜글로벌냉동식품이 추진하는 유자 가공공장은 고금면 일원 약 1만 평 부지에 가공시설 2개 라인과 원료 집하장, 500평 규모의 저온창고,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인 HACCP 시설 등을 갖출 예정이다.
총사업비는 200억 원이며 오는 10월 착공을 목표로 사업부지 매입과 설계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공장이 완공되면 완도지역 700여 농가가 생산하는 유자를 산지에서 수매해 가공·저장·유통하는 일괄 처리체계가 구축될 전망이다.
유자 가공공장 건립은 완도산 유자를 지역 안에서 직접 수매하고 가공해 국내외 시장에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외지 상인과 다른 지역 가공업체에 의존해 온 농가의 판로를 안정시키고, 완도 유자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러나 공장의 연간 처리 능력이 약 3천 톤인 반면, 완도 유자 생산량 역시 연간 2천500~3천 톤가량으로 추정되고 있어 원료 수급 문제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

완도에서 생산되는 유자 전량이 신규 가공공장으로 공급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도 상당한 물량이 외지 상인과 고흥지역 가공업체, 농협, 개인 직거래 등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신규 공장이 연간 3천 톤의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면 기존 유통망으로 출하되는 물량까지 상당 부분 수매해야 한다. 기존 상인과 가공업체들이 수매가격을 높이며 물량 확보에 나설 경우, 완도산 유자만으로 공장 처리 능력을 채우기 어려울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완도 유자 생산량과 공장 처리량을 단순 비교해 완도산 유자 전량 수매가 가능하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실제 생산량과 외부 반출 물량, 농협 수매량, 직거래 물량을 제외하면 신규 공장에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물량은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
완도군은 공장 가동에 앞서 농가별 재배면적과 유자나무 수, 나무 연령, 최근 생산량, 기존 판매처와 출하 물량 등을 전면 조사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신규 공장에 공급할 수 있는 실제 물량과 향후 5년에서 10년간의 생산 전망을 구체적으로 산출할 필요가 있다.
완도 유자 농가의 소규모·분산형 재배 구조도 개선해야 할 과제다.
완도에서는 한 농가가 적은 수의 유자나무를 서로 멀리 떨어진 여러 필지에서 재배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유자 주산지처럼 한곳에서 200~500주 이상을 집단 재배하는 농가는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이 현장의 평가다.
과원이 여러 곳에 흩어지면 방제와 예초, 비료 살포, 전정, 수확 때마다 인력과 장비를 이동해야 한다. 이에 따라 인건비와 농기계 이동비, 연료비가 늘어나고 공동 방제와 기계화 작업도 어려워진다.

완도 유자의 품질이 우수하더라도 생산비와 노동력 측면에서는 대규모 집단 재배가 이뤄지는 다른 유자 주산지보다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완도군의 유자 정책도 개별 농가에 묘목이나 농자재를 지원하는 방식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과원을 규모화하고 집적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특히 완도는 섬 지역 특성상 넓은 농경지를 확보하기 어려운 만큼 도로와 가까운 유휴농지와 휴경지, 방치된 과수원뿐 아니라 경사가 완만하고 배수가 양호한 임야도 유자 생산단지 조성 대상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
유자는 과습에 약한 작물로 물 빠짐이 좋은 토양과 배수 환경이 중요하다. 완도의 일부 임야와 완경사지는 배수 여건이 양호해 유자 과원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완도군이 재배 적지를 조사해 농가당 최소 2천 평 이상을 한곳에서 경작할 수 있는 ‘완도 유자 집적화 생산단지’를 조성한다면 분산 재배의 한계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
집적화 단지가 조성되면 농가가 한곳에서 200~500주 이상의 유자나무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공동 방제와 예초, 전정, 수확 작업도 가능해져 인건비와 생산비를 줄이고 품질을 균일하게 관리하는 데 유리하다.
유자는 묘목을 심은 직후부터 많은 열매를 생산하는 작물이 아니다. 식재 후 수확이 시작되고 안정적인 생산량을 확보하기까지 여러 해가 걸리기 때문에 공장 완공 이후에 생산 확대를 시작하면 원료 확보 시기를 놓칠 수 있다.
완도군은 공장 착공과 동시에 신규 과원 조성과 기존 과원의 생산성 향상, 노령목 갱신, 우량 묘목 보급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 현재 연간 2천500~3천 톤 수준으로 추정되는 생산량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신규 공장 수요와 기존 유통 물량을 모두 감당할 수 있는 생산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생산량 확대와 함께 가공업체와 농가 간 장기 수매계약도 필요하다. 계약 물량과 수매가격 기준, 품질 등급, 친환경 유자에 대한 가산가격 등을 사전에 마련해야 농가도 안심하고 재배면적을 확대할 수 있다.

200억 원 규모의 유자 가공공장은 완도 유자산업을 단순 생산에서 가공·저장·유통·수출산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중요한 기회다.
그러나 공장만 건립하고 충분한 원료 생산 기반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고 완도 유자 브랜드 상품 개발과 해외 수출계획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완도 유자 가공공장의 성공 여부는 건물과 설비 규모보다 공장에 공급할 유자를 완도에서 얼마나 안정적이고 경쟁력 있게 생산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완도군은 공장 유치에 그치지 않고 섬 지역의 농지 부족 현실을 반영해 임야와 유휴농지, 휴경지를 활용한 집적화 생산단지 조성과 규모화 재배, 공동영농, 장기 수매계약을 하나의 종합적인 유자산업 정책으로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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