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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믿고 먼 바다 갔는데”…해상풍력 제도 개편에 선투자비 회수 ‘빨간불’
입력 : 2026-08-25 15:23

REC 거리·수심 가중치서 장기 고정가격 경쟁체제로 전환기존 사업 투자비 인정 여부 쟁점

정부 2035년 해상풍력 25GW·150/kWh 목표업계 특혜보다 예측 가능한 정책 필요

 “정부 믿고 먼 바다 갔는데”…해상풍력 제도 개편에 선투자비 회수 ‘빨간불’

[한국농어민뉴스] 정부가 재생에너지 지원체계를 전면 개편하면서 국내 해상풍력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정부 정책에 따라 육지에서 멀고 수심이 깊은 해역에 사업지를 확보하고 막대한 개발비를 선투자한 사업자들이 기존 REC(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가중치에 따른 비용 보전 근거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해상풍력은 사업 개발부터 준공까지 장기간이 걸리고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제도의 예측 가능성이 사업 성패를 좌우한다. 사업자는 장기간 예상되는 전력 판매수입을 토대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조달하고 투자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제도가 중간에 크게 변경되면 금융조달과 사업성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정부는 기존 RPS(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 중심의 지원체계를 장기 고정가격 계약시장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정부가 필요한 재생에너지 물량을 정해 경쟁입찰로 사업자를 선정하고 장기간 계약가격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정부가 발표한 해상풍력 중장기 입찰계획에 따르면 2026년부터 2035년까지 10년간 총 55GW 규모의 해상풍력 입찰을 추진한다. 2030년 준공·착공 10.5GW, 2035년 누적 보급 25GW가 목표다.

 

정부는 또 2035년까지 해상풍력 계약단가를 kWh150원 이하로 낮춘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정부 믿고 먼 바다 갔는데”…해상풍력 제도 개편에 선투자비 회수 ‘빨간불’

문제는 기존 사업자들이 정부 정책을 토대로 이미 부담한 비용을 새로운 제도에서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다.

 

정부는 주민·어업인과의 갈등을 줄이고 대규모 해상풍력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사업자가 상대적으로 먼 바다로 진출하도록 유도해왔다. 2018년 거리, 2021년에는 수심까지 고려한 REC 가중치를 적용한 것도 먼 바다에서 증가하는 사업비를 반영하기 위한 조치였다.

 

육지에서 멀어질수록 생산한 전력을 보내기 위한 해저케이블이 길어지고 설치·유지보수 선박의 이동거리도 증가한다. 수심이 깊어지면 하부구조물 규모와 설치 난도가 높아져 건설비 역시 상승한다.

 

발전사업자들이 먼 바다에서 풍황계측과 해저지질조사, 인허가, 주민·어업인 협의, 계통연계 등을 진행하며 선투자에 나선 배경에도 이 같은 REC 가중치가 있었다.

 

그러나 장기 고정가격 경쟁체제로 전환하면서 거리와 수심에 따른 비용 차이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을 경우 먼 바다 사업이 상대적으로 가격경쟁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결국 이번 제도개편의 핵심 쟁점은 기존 REC 가중치를 그대로 유지할 것인지가 아니라 정부의 기존 정책을 믿고 투자한 사업자의 객관적인 비용 차이를 새로운 계약가격 체계에서 어떻게 인정할 것인지에 있다.

 

국산 기자재와 공급망 정책 역시 제도의 일관성이 요구되는 분야다. 정부는 해상풍력을 터빈·타워·하부구조물·해저케이블·설치선·항만까지 연계되는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2030년 국내 풍력터빈 생산능력을 연간 3GW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기자재 평가와 에너지안보·공급망 관련 입찰기준이 변경될 때마다 기업들의 장기 투자계획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수천억원 규모의 공장과 생산설비를 건설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향후 입찰에서 어떤 투자가 어느 정도 인정되는지를 사전에 예측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목표로 내세운 2035년 해상풍력 발전단가 150/kWh 이하 달성 가능성을 놓고도 공급망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럽 주요 해상풍력 국가들은 장기간 대규모 사업물량을 공급하면서 터빈과 해저케이블, 항만, 설치선, 전문인력 등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왔다.

 

국내 역시 단순히 입찰가격을 낮추는 것만으로 발전단가를 떨어뜨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정부가 발표한 55GW 규모의 입찰계획이 실제 인허가와 금융조달, 착공으로 연결돼야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가능하고 공급망 확대에 따른 원가 절감도 기대할 수 있다.

 “정부 믿고 먼 바다 갔는데”…해상풍력 제도 개편에 선투자비 회수 ‘빨간불’

반대로 정책 변경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져 사업자가 투자를 축소하거나 철수하면 경쟁 사업자가 줄고 국내 공급망 투자도 위축돼 정부가 추진하는 발전단가 인하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업계에서는 제도개편 자체보다 전환 과정에서 기존 사업자와 신규 사업자 모두가 예측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발전사업자에게 필요한 것은 특혜나 추가 지원이 아니라 장기간 사업계획과 금융조달이 가능한 예측 가능한 기준이라며 정부 정책을 믿고 이미 투자한 사업과 앞으로 새롭게 추진되는 사업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전환 원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상풍력은 한번 투자하면 20년 이상 운영되는 장기 사업이다. 정부가 앞으로 10년간 55GW 규모의 시장을 열겠다고 밝힌 만큼 입찰물량 확대와 발전단가 인하 못지않게 정책의 일관성과 기존 투자 보호 원칙을 얼마나 명확하게 제시하느냐가 국내 해상풍력산업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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