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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질환 치료비 연 1억원→1000만원…‘드라벳 증후군’ 핀테플라액 9월부터 건강보험
입력 : 2026-09-01 11:08

보건복지부 희귀·중증질환 건강보험 확대…폴라이비주·블린사이토주 암 치료제 급여 넓히고 필수의약품 공급 안정화

 

[한국농어민뉴스] 생후 1년 이내 심각한 발작이 시작되는 희귀난치성 뇌전증 ‘드라벳 증후군’ 환자들의 고액 치료비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9월 1일부터 치료제 ‘핀테플라액’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환자 1명이 부담하던 연간 약 1억원의 의료비가 1000만원 수준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1일부터 희귀난치성 질환자와 중증 암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주요 치료제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를 확대하고, 생산·수입 중단 위험이 있는 필수의약품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한 지원도 강화한다고 밝혔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희귀난치성 뇌전증인 드라벳 증후군 치료제 ‘핀테플라액’의 건강보험 신규 적용이다.

 

드라벳 증후군은 주로 생후 1년 이내 발병해 심각하고 반복적인 발작과 발달 지연 등을 일으키는 희귀질환이다. 기존 치료에도 발작 조절이 쉽지 않은 경우가 있어 환자뿐 아니라 장기간 환자를 돌봐야 하는 가족의 부담도 큰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드라벳 증후군 환자는 약 150명으로 추정된다. 특히 치료제가 고가여서 그동안 환자 1인당 연간 의료비 부담이 약 1억원에 달했지만 핀테플라액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앞으로 환자 부담은 연간 약 1000만원 수준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단순 계산하면 환자 한 명당 연간 약 9000만원의 부담이 줄어드는 셈이다. 고가 희귀질환 치료제의 보험 적용 속도를 크게 단축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핀테플라액은 정부가 고가 중증질환 치료제의 환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운영하는 ‘허가-평가-협상 병행 시범사업’ 대상으로 선정됐다.

 

기존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약품 허가를 받은 이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급여 적정성 평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약가 협상 등이 순차적으로 진행돼 보험 적용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정부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식약처 허가 절차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급여 평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약가 협상을 동시에 진행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그 결과 핀테플라액은 기존 보험 적용에 평균적으로 소요되던 240일의 절반 수준인 126일 만에 건강보험 적용 절차를 완료했다. 126일은 식약처 허가 직후부터 계산한 기간으로 제약회사의 자료 보완 기간은 제외됐다.

 

희귀질환은 환자 수가 적다는 특성 때문에 치료제 개발과 공급이 제한적인 데다 신약이 개발되더라도 고가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신약의 허가 여부 못지않게 실제 환자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치료비를 낮추고 얼마나 신속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느냐가 중요한 정책 과제로 꼽힌다.

 

중증 혈액암 환자를 위한 건강보험 보장도 확대된다. 오랜 기간 새로운 초기 치료 선택지가 제한적이었던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치료제 ‘폴라이비주’가 새롭게 건강보험 적용 대상에 포함됐다.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은 면역세포의 하나인 B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커지면서 빠르게 증식하는 악성 혈액암이다.

 

이번 건강보험 적용으로 초기 치료단계부터 새로운 치료 선택지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환자들의 고가 항암제 비용 부담을 낮추고 치료 선택권을 확대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전구 B세포 급성림프모구백혈병’ 치료제인 ‘블린사이토주’의 건강보험 적용 범위도 확대된다.

 

전구 B세포 급성림프모구백혈병은 B세포로 성장하기 전 단계의 혈액세포가 암세포로 변해 골수와 혈액에서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면서 정상적인 혈액 생성을 방해하는 혈액암이다.

 

그동안 블린사이토주는 암이 재발하거나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단계에서 주로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첫 항암치료를 통해 눈에 보이는 암세포를 제거한 이후 체내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는 미세 암세포를 제거하는 초기 치료단계까지 건강보험 적용 범위가 확대된다.

 

정부는 이를 통해 암의 재발 위험을 보다 일찍 낮추고 완치 가능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해당 질환은 5세 미만 소아에서 발병률이 높은 만큼 이번 건강보험 확대는 어린 소아암 환자와 가족에게도 의미가 크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단순히 새로운 고가 신약을 건강보험에 포함시키는 데 그치지 않는다.

 

환자 치료에 반드시 필요하지만 수익성이 낮아 제약회사가 생산이나 수입을 중단할 가능성이 있는 필수의약품의 안정적인 공급체계도 함께 강화한다.

 

대표적으로 신생아와 미숙아 등의 혈압을 조절하고 혈액순환을 안정시키는 데 필요한 ‘중외프로타민6%주’를 퇴장방지의약품으로 신규 지정한다.

 

퇴장방지의약품은 환자 진료에 반드시 필요하지만 채산성이 낮아 시장에서 사라질 가능성이 있는 의약품을 정부가 지정해 원가 등을 보전함으로써 안정적인 생산·공급을 유도하는 제도다.

 

정부는 앞서 퇴장방지의약품 지정 활성화와 원가 보전 현실화, ‘수급안정 선도기업’에 대한 약가 우대 등을 추진하기로 하는 등 필수의약품 공급 안정 정책을 강화해 왔다.

 

결핵 진단에 사용하는 ‘튜베르쿨린피피디AJV주’에 대해서도 공급 안정 조치가 이뤄진다.

 

최근 수입단가 상승으로 의료현장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됨에 따라 정부는 상승한 수입가격을 올해 약가에 신속하게 반영하기로 했다.

 

제약사 입장에서 수입가격이 크게 올랐는데도 건강보험 약가는 그대로 유지될 경우 공급할수록 손실이 커져 수입을 줄이거나 중단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원가 상승을 약가에 반영하는 것은 이러한 공급 중단 위험을 사전에 낮추려는 조치다.

 

필수의약품 공급 안정은 최근 정부 보건의료 정책에서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원료 가격 상승과 국제 공급망 불안 등이 의약품 생산과 유통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보건복지부는 올해 중동지역 정세 불안으로 의약품 포장재의 주원료인 나프타 수급 불확실성이 커지자 관련 업계와 원료 우선 공급을 협의하는 등 의약품 공급망 관리에 나선 바 있다.

 

이번 조치는 결국 건강보험의 역할을 ‘치료비 보장’과 ‘필수의약품 공급 안정’이라는 두 방향에서 동시에 강화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희귀질환이나 중증 암은 치료제가 존재하더라도 수천만원에서 억원대에 이르는 비용 때문에 환자가 실제 치료를 받기 어려울 수 있다. 반대로 가격이 지나치게 낮아 제약회사가 필수의약품 생산이나 수입을 포기한다면 건강보험 적용 여부와 관계없이 환자가 약을 구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정부가 고가 신약에는 건강보험을 확대해 환자의 부담을 낮추면서 채산성이 낮은 필수의약품에는 적정한 원가를 보전해 공급을 유지하도록 하는 이유다.

 

다만 고가 희귀질환·항암제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만큼 환자의 치료 접근성과 함께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도 장기적인 과제가 될 전망이다.

 

올해 건강보험료율은 7.19%로 전년보다 0.1%포인트 인상됐다. 정부는 지역·필수의료 강화 등에 따른 지출 증가에 대응하면서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과 재정 누수 요인을 관리해 건강보험 재정의 안정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향후 고가 중증·희귀질환 치료제에 대한 신속등재를 확대하는 동시에 실제 치료효과와 재정 영향을 지속적으로 평가하는 체계를 얼마나 정교하게 구축하느냐가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유주헌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장은 “앞으로도 중증·희귀질환 치료제의 신속한 건강보험 적용을 지속 추진하는 한편, 진료에 필수적인 의약품이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9월 1일부터 시행되는 이번 건강보험 확대는 환자 수가 상대적으로 적어 치료 선택지가 제한됐던 희귀질환 환자와 고가 항암치료가 필요한 암 환자의 실질적인 의료비 부담을 낮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드라벳 증후군 환자의 연간 약 1억원에 달하던 치료비가 약 1000만원 수준으로 낮아지고, 소아 급성림프모구백혈병과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환자의 치료 선택지가 확대된다는 점에서 중증·희귀질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의 체감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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