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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도 지하수도 필요 없다…‘빗물’로 농업용수 확보, 물 부족 최대 57% 줄였다
입력 : 2026-09-03 15:17

농촌진흥청 ‘무동력 통합 농업용수 공급 기술’ 개발…장수·합천 실증 성공, 중산간·고지대 밭작물 가뭄 대안 주목

 

[한국농어민뉴스] 전기도 필요 없고 지하수 관정을 뚫지 않아도 빗물을 모아 밭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기후변화로 가뭄과 농업용수 부족이 반복되는 가운데 지하수 개발과 전력 공급이 어려운 중산간·고지대 농촌의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된다.

 

농촌진흥청은 마을 단위로 빗물을 모아 밭작물 관개용수로 사용하는 ‘무동력 통합 농업용수 공급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핵심은 비가 왔을 때 땅속으로 스며들지 못하고 지표면을 따라 흘러가는 ‘강우 유출수’를 버리지 않고 모아두었다가 가뭄 때 농업용수로 다시 사용하는 것이다.

 

별도의 전기나 동력원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지하수 관정 개발이 어렵고 전력 공급시설도 부족한 산간지역과 고지대 밭농업 현장에서 활용 가능성이 높다.

 

시스템은 ‘집수-전처리-저장-이송’ 4단계로 작동한다. 우선 비가 내리면 지표면을 따라 흐르는 빗물을 집수장치로 모은다. 모인 물은 원심력을 이용해 물속 흙과 이물질을 분리하는 ‘하이드로 사이클론’을 거쳐 물탱크로 이동한다.

 

첫 번째 물탱크가 가득 차면 넘치는 물을 다음 물탱크로 보내는 방식으로 저장용량을 늘릴 수 있어 농가뿐 아니라 마을 단위로 필요한 농업용수를 확보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저장한 물을 밭으로 보내는 과정에도 전기가 필요 없다. 물탱크보다 낮은 곳에 있는 농경지는 자연적인 높이 차를 이용해 물을 흘려보내고, 높은 곳에 있는 밭은 물의 흐름에서 발생하는 압력을 이용하는 ‘수격펌프’를 사용한다. 이를 통해 별도의 전력 없이도 물을 최대 12m 높이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실제 농촌 현장 실증에서도 가뭄 대응 효과가 확인됐다. 농촌진흥청 연구진은 기후와 지형이 서로 다른 전북특별자치도 장수와 경남 합천에서 2023년 4월부터 2025년 11월까지 약 2년 7개월 동안 현장 실증을 진행했다.

 

그 결과 하루 평균 물 부족량이 최대 57% 감소했다. 가뭄이 계속될 때 물 공급 부족 상태가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최대 연속 물 부족 일수’도 기존 18~21일에서 13~16일로 단축됐다. 가뭄이 장기간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밭작물에 공급할 최소한의 농업용수를 확보해 피해를 줄일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이번 기술은 특히 대규모 저수지나 농업용수 공급망의 혜택을 받기 어려운 밭농업 지역에서 활용 가치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논농업 지역은 저수지와 용·배수로 등 비교적 체계적인 농업용수 공급 기반이 갖춰진 곳이 많지만 중산간·고지대 밭은 지형적 특성 때문에 물 공급 기반 구축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다.

 

지하수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관정 개발이 필요하고 펌프를 가동하기 위한 전력도 확보해야 한다. 반면 이번 기술은 농촌에 내리는 빗물과 자연적인 물의 압력, 지형의 높이 차를 활용하기 때문에 전력 공급이 어려운 지역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농촌진흥청의 무동력 농업용수 기술은 재난 대응 기술로서의 가치도 인정받았다.

 

지난 9월 2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6 대한민국 안전산업박람회’에서 대한민국 재난안전 연구개발 대상 행정안전부 장관상을 받았다.

 

행정안전부는 국립농업과학원 유석철 연구사가 개발한 무동력 통합 농업용수 공급 시스템에 대해 전력이나 동력 없이 빗물을 이용해 밭작물 가뭄에 대응하고, 장수와 합천 실증을 통해 하루 평균 용수 부족량을 최대 57% 줄인 성과를 높게 평가했다.

 

기후변화로 가뭄과 집중호우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이번 기술은 ‘비가 많이 내릴 때 물을 저장해 비가 오지 않을 때 사용하는’ 농촌 물 순환 체계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집중호우 때 한꺼번에 흘러가는 빗물 일부를 농업용수 자원으로 저장하고 가뭄 때 다시 이용할 수 있다면 농업용수 확보뿐 아니라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농촌 물 관리 방식의 다변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번 기술이 농촌 현장에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지역별 강우량과 경사도, 농경지 면적, 필요한 저장탱크 규모, 설치비용 등을 고려한 세부적인 적용 모델 마련도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남을 비롯한 남부지역의 산간·도서지역처럼 농업용수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지역에서 적용 가능성을 검토할 경우 지역별 물 부족 문제에 대응하는 새로운 농업 기반시설 모델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농촌진흥청 밭농업기계과 김병갑 과장은 “전기도, 끌어다 쓸 물줄기도 없는 농촌 현장에서 쉽게 적용할 수 있는 것이 이 기술의 가장 큰 장점”이라며 “기후 위기 시대에 밭작물 가뭄 피해를 줄이는 실질적 대안으로 확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기후위기로 가뭄과 집중호우가 동시에 심해지는 가운데, 흘려보내던 빗물을 농업용수로 저장하고 전기 없이 다시 밭으로 공급하는 기술이 향후 중산간·고지대 농촌의 물 부족 문제를 얼마나 해결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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