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안심 재산관리서비스 신청 4월 6명→7월 184명…국민연금공단 공공신탁 첫 계약 체결
치매 환자 자산 2023년 154조원·GDP 6.4%…2050년 488조원 전망, 금융사기·가족 갈등 막을 재산관리 대책 부상

[한국농어민뉴스] 고령화와 치매 인구 증가로 이른바 ‘치매머니’가 새로운 사회·경제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치매 환자가 보유한 재산은 2023년 기준 154조 원에 달하고 2050년에는 488조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스스로 재산을 관리하기 어려운 치매 환자의 금융자산을 국민연금공단이 관리하는 ‘치매안심 재산관리서비스’ 신청자가 불과 3개월 사이 약 30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국민연금공단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제출한 2026년 하반기 주요 업무보고 등에 따르면 지난 4월 22일 시작된 치매안심 재산관리서비스 시범사업 신청자는 4월 6명에서 5월 34명, 6월 109명, 7월 184명으로 빠르게 증가했다. 7월 초 기준 누적 문의도 1천271건에 달했으며 신청자 가운데 4명은 국민연금공단과 첫 정식 계약을 체결했다.
치매안심 재산관리서비스는 치매나 경도인지장애 등으로 스스로 돈을 관리하기 어렵거나 경제적 착취 위험에 놓인 고령자의 재산을 공공기관이 맡아 관리하고, 의료비·요양비·생활비·생필품 구입 등 본인에게 필요한 용도로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공공신탁 기반 사회서비스다.
서비스 신청이 단기간에 급증한 배경에는 우리나라의 급격한 고령화와 함께 치매 환자가 보유한 자산 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국민건강보험공단, 서울대 건강금융센터와 공동으로 실시한 정부 최초의 고령 치매환자 자산 전수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65세 이상 치매 환자는 약 124만 명이며 이들이 보유한 소득과 금융자산, 부동산 등을 합친 총자산은 약 154조 원으로 집계됐다. 국내총생산(GDP)의 약 6.4%에 해당하는 규모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정부는 치매 환자가 보유한 자산, 이른바 치매머니가 2050년에는 약 488조 원으로 증가해 예상 GDP의 15.6% 수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보다 세 배 이상 불어나는 셈이다.
‘치매머니’는 법률상 공식 자산분류 명칭이라기보다는 치매 고령자가 보유한 근로·연금소득, 금융자산, 부동산 등과 인지능력 저하에 따라 발생하는 재산관리 문제를 포괄적으로 지칭하는 개념이다.
정부는 좁은 의미의 치매머니를 치매 고령자의 소득·금융자산·부동산 등으로 보고, 넓은 의미에서는 자산관리 능력 저하에 따른 위험과 이를 관리하기 위한 정책·금융제도까지 포함하고 있다.
치매가 진행되면 본인 명의의 예금이나 부동산이 있어도 스스로 계약하거나 금융거래를 처리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가족이 재산관리를 맡더라도 자녀 간 의견 충돌과 상속 분쟁, 무단 인출, 금융사기, 경제적 학대 등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재산은 있지만 자신의 치료비와 요양비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은 고령사회에서 새로운 복지 사각지대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가 공공신탁 형태의 치매안심 재산관리서비스를 도입한 것도 이 같은 문제를 줄이기 위해서다.
현재 시범사업 대상은 치매환자와 경도인지장애 진단자 등 재산관리 위험이 있거나 위험이 예상되는 사람 가운데 기초연금 수급권자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관리 대상 재산은 현금과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 등 지명채권, 주택연금 등 현금성 자산이며 시범사업의 신탁재산 상한은 10억 원이다.
기초연금 수급자는 시범사업 기간 이용료가 면제된다. 기초연금 수급자가 아닌 사람이 서비스를 희망할 경우에는 신탁재산의 연 0.5% 수준의 이용료를 부담하도록 현재 제도가 설계돼 있다. 신청은 가까운 국민연금공단 지사나 치매안심센터를 방문해 할 수 있다.
신청 이후에는 상담을 거쳐 개인별 재산관리계획을 수립하고 계약을 체결한 뒤 국민연금공단이 신탁재산을 관리한다. 이후 치매안심센터와 통합돌봄팀 등 관련 복지서비스와 연계하고, 재산 사용과 관리 과정도 지속적으로 점검·감독한다.

국민연금공단은 지난 7월 대한민국 최초의 공공신탁인 치매안심 재산관리서비스 첫 계약 4건이 서울·경기·세종 등에서 체결됐다고 발표했다. 공단은 가족 내에서 치매 고령자의 재산을 관리하기 어려운 경우 공신력 있는 공공기관이 이를 지원하는 것이 제도의 핵심 취지라고 설명했다.
제도 개선도 추진되고 있다. 그동안 위탁재산이 사실상 이자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 보통예금 중심으로 관리된다는 한계가 제기되면서 국민연금공단은 수시입출금이 가능하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는 MMDA 계좌 등을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향후 단기자금 운용기준을 마련해 재산 운용 범위도 단계적으로 넓힐 계획이다.
국민연금공단은 또 2026년 8월부터 12월까지 시범사업 성과를 분석하는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제도를 보완한 뒤 2028년 본사업 도입을 목표로 치매관리법 개정 논의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실제 공단은 지난 8월 ‘치매안심 재산관리서비스 시범사업 성과분석 연구용역’을 발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으로는 재산관리 대상과 자산 범위를 어디까지 확대할 것인지가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현재 시범사업은 현금성 자산을 중심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전체 치매머니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동산을 실질적으로 관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정부의 전수조사에서도 치매 고령자의 자산 가운데 부동산이 약 4분의 3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공공신탁 확대와 함께 성년후견·공공후견 제도, 민간신탁, 금융기관의 이상거래 감지, 가족에 의한 경제적 학대 방지 장치 등을 연계한 종합적인 치매 재산관리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도 치매머니 규모 공개와 분석을 정례화하고 민간신탁 활성화, 치매 공공후견 확대, 공공신탁제도 도입 등을 구체화해 국가 고령사회 정책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치매머니 문제는 단순히 상속받을 재산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다. 치매 환자가 평생 모은 재산을 살아있는 동안 본인의 치료와 돌봄, 주거와 생활을 위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재산권 보호’와 ‘노후 돌봄’의 문제에 가깝다.
특히 치매 환자 자산이 154조 원에서 2050년 488조 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공공 재산관리서비스 신청도 불과 수개월 만에 30배 가까이 늘어난 만큼, 치매 발생 이후가 아니라 판단능력이 충분할 때 자신의 재산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미리 준비하는 ‘사전 재산관리’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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