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간전력망 신설 철탑 최대 40% 감축·주민 밀집지역 지중화 확대…장성·대전·군산·청양·세종·청주 우선 검토
송전선로 경과지역 지원금 1㎞당 20억원 활용 ‘계통 햇빛소득마을’…입지선정 때 주민 선택권도 확대

[한국농어민뉴스} 정부가 반도체·데이터센터와 재생에너지 확대에 필요한 국가기간전력망을 신속하게 구축하기 위해 신규 송전철탑을 최대 40%, 2,214기 줄이고 주민 밀집지역에서는 송전선로 지중화를 확대한다.
송전망 주변 마을에는 태양광 발전을 설치하는 ‘계통 햇빛소득마을’을 조성해 많게는 세대당 연간 300만원 수준의 소득이 돌아가도록 하는 새로운 주민 상생 모델도 추진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김성환 장관이 15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송전망 건설 수용성 제고방안’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반도체 산업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서남해 해상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설비도 늘어나면서 발전지역과 대규모 전력 소비지역을 연결할 송전망 확충이 시급해진 데 따른 것이다.
정부가 가장 먼저 꺼낸 대책은 송전탑 자체를 줄이는 것이다. 새로 건설하는 2회선 송전선로를 기존 2회선과 통합해 하나의 4회선 철탑에 설치하고, 별도로 계획했던 신설 송전선로도 가능한 경우 하나의 철탑에 통합한다.
현재 추진 중인 국가기간전력망 사업에 이 방식을 최대한 적용하면 당초 개별 건설 방식과 비교해 신설 철탑을 약 40%, 2,214기 감축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계산이다.
공개된 세부 자료를 기준으로 보면 당초 계획된 철탑 4,723기가 2,509기 수준으로 줄어드는 규모다. 정부는 앞으로 신규 송전선로를 계획할 때 기존 선로와 통합할 수 있는지를 우선 검토하도록 제도화할 방침이다.
주거지역을 통과하는 송전선로에 대한 주민 반발을 줄이기 위해 송전선로 지중화도 확대한다.
정부와 한국전력은 국가기간전력망 지중화에 대한 국가 재정지원을 활용해 전남 장성군 주민 밀집지역을 비롯해 대전 유성구, 군산·청양, 세종·청주 등에서 지중화 방안을 우선 검토한다. 여러 송전선로가 한꺼번에 집중되는 신규 345kV 변전소의 인출구간도 약 2㎞를 중심으로 지중화를 우선 검토한다.
특히 이번 대책에서 농어촌 지역과 직접 연결되는 부분은 ‘계통 햇빛소득마을’이다.
정부는 ‘국가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에 따라 국가기간 송전선로가 지나가는 지방정부에 지급하는 경과지역 지원금 1㎞당 20억원을 활용해 송전망 주변 마을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연내 관련 시행령을 개정해 지방정부에 지급되는 지원금 가운데 3분의 2를 송전망 주변지역의 마을 태양광 설치에 우선 활용하도록 할 예정이다. 송전선로가 지나가는 지역을 단순한 피해·보상 대상으로 보는 데서 벗어나 재생에너지 발전수익을 주민에게 지속적으로 돌려주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국가기간전력망 주변지역 주민들이 계통 햇빛소득마을을 통해 많게는 세대당 연간 300만원 수준의 소득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가상 사례에서는 4개 지방자치단체에 걸쳐 두 변전소를 연결하는 58㎞ 가공선로를 건설할 경우 지방정부 지원금이 총 1,160억원 발생한다.
이 가운데 3분의 2를 선로 주변 52개 마을에 투입해 마을당 1MW 규모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하고 평균 39세대가 수익을 나눌 경우 세대당 연간 약 385만원의 햇빛소득이 가능하다는 계산도 제시됐다. 다만 실제 주민 소득은 사업 규모와 발전량, 마을별 참여 세대 수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송전망 입지를 결정하는 과정도 바뀐다. 정부는 그동안 송전선로 입지선정 과정에서 주민에게 정보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고 의견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입지선정 초기 단계부터 주민 대상 사업설명회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입지선정위원회 과정에서 실시하는 사업설명회도 기존 2차례에서 3차례로 확대하고 주민의 회의 참관을 원칙적으로 허용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도 입지선정위원회 회의에 참여해 운영 과정을 점검한다.
특히 원칙적으로 후보 경과대역을 2개 이상 제시해 주민대표가 노선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을 넓힌다. 이미 노선이 정해진 뒤 주민에게 설명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입지선정 단계부터 주민 참여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한 단계 더 나아가 국가 송전망의 밑그림을 그리는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장기 송·변전설비계획 수립 단계부터 토론회와 공청회를 열어 전문가와 지역주민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이번 정책이 주목되는 것은 송전망 건설을 둘러싼 해묵은 지역 갈등을 ‘보상’ 중심에서 주민 참여와 지속적인 지역소득 창출 방식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라는 점이다.
실제로 최근 전북 고창에서는 345kV 신고창변전소를 놓고 이전과 다른 사례가 나타났다. 2023년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에 포함된 뒤 약 3년 동안 부지 선정에 어려움을 겪었던 사업에 대해 고창군 성송면 34개 마을이 만장일치로 유치에 동의하면서 최종 부지가 확정됐다. 한전은 높은 주민 수용성이 부지 선정 과정에서 중요하게 평가됐다고 설명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전력망은 에너지 대전환과 첨단산업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필수 국가기반시설”이라며 주민과 충분히 소통하고 실질적인 혜택을 나눠 사회적 갈등을 줄이면서 필요한 전력망을 적기에 확충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특히 최근 고창 주민들이 지역의 미래를 위해 변전소 유치를 결정한 사례를 언급하며 진정성 있는 주민 소통과 실질적인 지역 혜택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결국 이번 송전망 대책의 핵심은 ‘철탑은 줄이고, 주거지역은 지중화하고, 송전망이 지나는 마을에는 지속적인 소득을 돌려준다’는 세 축으로 요약된다.
특히 전남을 비롯한 농어촌 지역은 대규모 태양광·풍력 발전시설과 장거리 송전망이 집중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앞으로 ‘계통 햇빛소득마을’의 대상지역과 사업 규모, 주민 수익 배분방식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설계되는지가 중요한 쟁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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