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농지 136만ha 조사, 284만 필지 위반 의심…투기성 위반은 엄정 조치
일반 위반은 즉시 처분 아닌 정상화 우선…농지 거래량도 전년보다 2.2% 증가

[한국농어민뉴스] 전국적인 농지 전수조사와 농지법 개정을 둘러싸고 “농사를 직접 짓지 않으면 농지를 바로 팔아야 한다”, “농지를 팔지 못하면 땅값의 25%를 매년 이행강제금으로 내야 한다”, “전수조사 때문에 농지 거래가 끊기고 가격이 폭락하고 있다”는 우려가 농촌 현장에서 확산하고 있다.
그러나 농림축산식품부는 이 같은 내용이 실제 농지법의 처분 절차와 이번 전수조사 운영방향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않은 것이라며, 투기 목적의 중대한 위반과 농촌 현실에서 발생한 일반적인 위반을 구분해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지난 5월 18일부터 전국 지방정부와 함께 농지 투기 근절과 농지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위한 전수조사에 들어갔다.
올해 조사 대상은 1996년 1월 1일 농지법 시행 이후 취득한 농지 약 136만ha, 1,049만 필지다. 행정정보와 위성·AI 등을 이용한 기본조사에 이어 현재 현장 확인 중심의 심층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7월 29일 기준 기본조사 대상의 97%인 132만ha, 1,013만 필지에 대한 조사가 완료됐으며 이 가운데 농지 소유 제한, 불법 임대차, 불법 전용, 무단 휴경 등이 의심되는 농지는 전체의 27.0%, 284만 필지로 파악됐다.
유형별로는 불법 임대차 의심 21.1%, 무단 휴경 11.6%, 불법 전용 9.0%, 농지 소유 제한 위반 1.4% 등이다. 다만 이 수치는 행정정보 등을 토대로 선별한 ‘위반 의심 농지’로, 곧바로 농지법 위반이 확정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정부는 8월부터 현장 확인 등을 거쳐 실제 위반 여부를 가리는 심층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농촌에서 가장 큰 우려는 농지법 위반이 확인되면 농지를 곧바로 강제 처분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농식품부 설명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 중대한 투기성 위반 등이 아닌 일반적인 농지법 위반의 경우 먼저 1년의 자진 처분 기간이 주어진다. 이 기간이 지난 뒤에도 처분하지 않았다고 해서 무조건 즉시 이행강제금이 부과되는 구조도 아니다.
처분의무 기간 중 다시 직접 경작하거나 농지은행과 매도위탁계약을 체결하는 등 일정 요건을 갖추면 처분명령을 3년간 유예할 수 있다. 이후 성실한 경작 등 법에서 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처분의무가 소멸될 수 있다.
이행강제금 역시 이번 농지 전수조사와 함께 새로 만든 제도가 아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농지 처분명령을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이행하지 않을 때 적용되는 제도이며, 농지가액의 25%에 해당하는 현행 부과기준은 2021년 농지법 개정으로 강화된 것이다.
올해 농지법 개정의 핵심은 모든 위반 농지를 즉시 처분하도록 만든 것이 아니라, 처분명령 사유가 발생했는데도 지방정부가 자의적으로 처분명령을 하지 않는 일이 없도록 기존 재량규정을 의무규정으로 바꾼 데 있다.
다만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아 농지를 소유하거나 농업법인이 부동산업을 영위하는 등 투기성이 명백하거나 중대한 농지법 위반에 대해서는 정부가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한다는 방침이다.
반대로 고령화와 농촌 인력 부족 등 현실적인 이유에서 발생한 경미한 위반까지 투기성 농지와 똑같이 처분하는 방식은 적용하지 않겠다는 것이 농식품부의 설명이다. 농식품부는 전수조사 결과 확인되는 일반적인 위반에 대해서는 정상화·양성화 방안을 마련해 농지가 일률적·기계적으로 처분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고령이나 질병 등으로 더 이상 직접 농사를 짓기 어려운 농업인도 주의해서 볼 필요가 있다.
현행 농지법은 직접 경작을 원칙으로 하지만 모든 임대를 불법으로 규정하지는 않는다. 질병 등 부득이한 사유, 60세 이상 농업인이 5년 이상 자경한 농지, 상속농지와 이농농지 등 법에서 정한 요건에 해당하면 적법한 임대가 가능하다. 개인이 3년 이상 소유한 농지는 일정 요건 아래 한국농어촌공사 농지은행을 통한 임대위탁도 가능하다.
정부는 ‘팔고 싶어도 농지를 살 사람이 없다’는 농촌의 현실에도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처분명령을 받은 농지 소유자는 농지은행에 매수를 청구할 수 있으며, 정부는 이에 대비해 2027년 농지은행 농지 매입·공급 규모를 올해 5,230ha에서 6,800ha로 확대하는 예산안을 편성했다.
농지 임대차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는 작업도 병행되고 있다. 정부는 5월 18일부터 7월 31일까지 농지 임대차 특별 정비기간을 운영해 관행적인 구두 임대차를 서면계약과 농지대장 등재로 전환하거나 농지은행을 통해 적법하게 임대하도록 유도했다.
그 결과 이 기간 농지은행의 임대수탁 농지는 8,487ha로 전년 같은 기간 4,590ha보다 84.9% 증가했다. 농식품부는 이를 음성적으로 이뤄지던 농지 임대차가 합법적인 임대관계로 전환되는 효과가 나타난 사례로 보고 있다.
최근 제기된 ‘농지 전수조사 때문에 농지 거래가 사실상 중단되고 가격이 폭락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농식품부는 선을 그었다.
농식품부가 한국부동산원 부동산통계정보시스템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농지 거래량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오히려 2.2% 증가했다. 농지 실거래가격은 2021년 이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2026년 가격 하락률은 전년 대비 4.4%로, 전년 동기의 5.3% 하락보다 하락 폭이 축소됐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따라서 현재 공개된 통계만으로 농지 전수조사가 농지 거래를 중단시키거나 가격 폭락을 직접 초래했다고 단정할 근거는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이번 조사를 통해 궁극적으로 구축하려는 것은 전국 농지의 소유·이용 실태 데이터베이스(DB)다. 농지대장 등 행정정보와 실제 경작상황이 일치하지 않는 농지를 찾아내고, 불법·음성적 임대차를 정상화하는 동시에 이용되지 않는 농지를 청년농과 실제 경작자에게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농지 전수조사를 둘러싼 농촌 현장의 우려가 큰 만큼 향후 심층조사와 행정처분 과정에서는 ‘투기 목적의 농지’와 ‘농촌 현실 때문에 발생한 위반’을 실제로 얼마나 정교하게 구분하느냐가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령농 증가와 농촌 인력 부족, 상속농지 증가, 관행적인 임대차 등 농촌의 구조적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인 행정처분은 새로운 농지 갈등을 낳을 수 있다. 반대로 투기 목적으로 취득한 농지까지 농촌 현실을 이유로 방치할 경우 농지 전수조사의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
농식품부는 투기성 위반은 엄정하게 처리하되 일반적인 위반은 처분보다 정상화를 우선하고, 이번 전수조사에서 확인되는 현장 사례와 농업인 의견을 토대로 현실에 맞지 않는 농지제도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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