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17개 시범지역 ‘지역지원기관’ 공모…개소당 5천만원 국비 지원
부녀회·청년회 협동조합 육성하고 사회적기업·마을기업 참여…기본소득 지역 내 선순환 추진

[한국농어민뉴스] 농어촌 기본소득이 단순한 소득 지원을 넘어 지역에서 새로운 생활서비스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확대된다.
정부가 주민에게 지급한 기본소득이 지역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지역의 소비와 서비스, 사회적경제 조직의 수익으로 이어진 뒤 다시 마을에 투자되는 ‘지역경제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지역에서 주민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발굴하고 이를 공급할 사회연대경제 조직을 연결하는 ‘농촌 경제·사회서비스 활성화 지역지원기관 실증사업’ 참여 시·군과 중간지원조직을 9월 16일부터 10월 2일까지 모집한다.
현재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대상은 전국 17개 군이다. 기존 경기 연천, 강원 정선, 충북 옥천, 충남 청양, 전북 순창·장수, 전남 곡성·신안, 경북 영양, 경남 남해 등 10개 군에 이어 올해 강원 화천, 충북 보은, 전북 진안·무주, 전남 구례·보성, 경북 청송 등 7개 군이 추가됐다.
농어촌 기본소득은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소멸 위기에 놓인 농어촌 주민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이를 지역에서 소비하도록 해 주민 생활 안정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유도하는 사업이다. 기본적으로 주민 1인당 월 15만 원을 지역사랑상품권 형태로 지급한다.
정부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기본소득으로 늘어난 지역 주민의 구매력을 실제 생활서비스 공급 확대와 연결한다는 방침이다.
이번에 선정되는 지역지원기관이 가장 먼저 수행할 업무도 ‘주민들이 기본소득으로 어떤 서비스를 구매하고 싶은지’를 조사하는 것이다. 농촌지역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음식·돌봄·이동·생활편의 등 주민에게 필요한 서비스가 부족하거나 민간 사업자가 진입하기 어려운 곳이 적지 않다.
지역지원기관은 이 같은 서비스 수요를 찾아낸 뒤 서비스를 공급할 지역 조직을 직접 육성하게 된다.
특히 부녀회와 청년회, 마을 소모임, 자원봉사단, 신활력플러스 액션그룹 등 기존 주민 조직이 협동조합 등 법인을 설립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미 운영되고 있는 마을기업과 사회적기업 등 사회연대경제 조직이 새로운 생활서비스 분야에 진출할 수 있도록 교육과 컨설팅도 제공한다.
사업 지원기간 안에는 해당 시·군에서 ‘농촌 서비스 공동체’를 3개소 이상 지정해야 한다.
핵심은 이렇게 만들어진 서비스 공급 조직과 주민 수요를 실제 소비로 연결하는 것이다.
지역지원기관은 기본소득이 지역에서 어디로 흘러가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기본소득 자원 흐름도’를 작성하고, 이를 토대로 지역 특성에 맞는 서비스 사업모델을 최소 1개 발굴해 실제 운영하게 된다.
사회연대경제 조직은 농어촌 기본소득 가맹점으로 참여해 주민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여기서 발생한 수익의 일부를 마을시설 운영이나 건강밥상 등 지역에 필요한 사회서비스에 다시 투자하는 구조다.
예를 들어 주민들이 기본소득으로 지역 협동조합의 생활서비스를 구매하면 해당 조직의 매출과 일자리가 늘어나고, 발생한 수익이 다시 마을 주민을 위한 서비스에 투자되는 방식이다. 정부가 지급한 기본소득을 일회성 소비에 그치지 않고 지역경제 내부에서 여러 차례 순환시키겠다는 취지다.
농식품부는 이번 실증사업에 선정된 기관에 올해 10월부터 2027년 6월까지 개소당 5천만 원을 국비 100%로 지원한다.
지원금은 전담인력 인건비와 사업비, 주민 서비스 수요조사, 공급주체 발굴·육성, 교육·컨설팅, 지역 맞춤형 서비스 모델 개발 등에 사용할 수 있다. 담당 인력 인건비는 전체 사업비의 50% 이내에서 편성할 수 있다.
공모는 10월 2일까지 진행하고 선정심사를 거쳐 10월 16일까지 사업 대상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후 사업비를 교부해 10월부터 실증사업에 들어간다.
이번 사업이 주목되는 것은 농어촌 기본소득 정책의 성패가 단순한 ‘지급 규모’뿐 아니라 지급된 돈이 지역에서 얼마나 소비되고 다시 순환하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기존 10개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지역은 사업 도입 이후 인구가 4.7% 증가하고 신규 가맹점도 13.7%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올해 대상지역을 17개 군으로 확대했다.

정부가 최근 마련한 2027년도 예산안에는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현재 17개 군에서 인구감소지역 69개 군의 절반 수준인 35개 군까지 확대하고, 국비 지원 비율도 40%에서 50%로 높이는 방안이 포함됐다.
따라서 이번 지역지원기관 실증사업은 향후 농어촌 기본소득 확대 과정에서 ‘현금성 지원’ 논란을 넘어 실제 지역경제와 공동체를 활성화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전한영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정책국장은 “농어촌 기본소득이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기 위해 지역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공급할 주체를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역지원기관을 중심으로 주민이 원하는 서비스를 발굴하고 이를 지역의 사회연대경제 조직과 연결해 기본소득이 지역 안에서 새로운 서비스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농어촌 기본소득이 주민에게 매월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정책을 넘어 ‘주민 소비→지역 사업체 매출→지역 일자리→사회서비스 재투자’로 이어지는 구조를 실제로 만들어낼 수 있을지가 앞으로 정책 확대의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밴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