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AI 벼 생육 모니터링’ 구축…재식밀도·분얼수·출수기 정확도 97~99%
2030년 전국 690개 조사 지점 확대…드론으로 벼멸구·도복 피해까지 신속 분석

[한국농어민뉴스] 사람이 직접 논에 들어가 일일이 벼의 생육 상태를 조사하던 방식이 인공지능(AI)과 영상 기반 원격조사로 바뀐다. 매일 벼의 성장 상태를 확인하면서 현장 조사 노동력을 60% 이상 줄이고, 앞으로는 쌀 수량 예측과 벼멸구·도복 등 농업재해 조사까지 AI가 담당하는 체계가 구축된다.
농촌진흥청은 벼 생육 조사에 영상과 인공지능을 적용한 ‘인공지능 벼 생육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고 현장 적용성과 효과를 검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벼 생육 조사는 농가의 재배 관리뿐 아니라 쌀 생산량 예측과 농업연구, 정부 정책 수립의 기초자료로 활용된다. 특히 최근 폭염과 집중호우 등 이상기후가 반복되고 벼멸구 등 병해충 피해까지 잦아지면서 벼의 생육 상태를 보다 신속하고 자주 확인할 수 있는 조사체계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기존에는 조사원이 직접 논에 들어가 벼의 생육 상태와 수량 관련 형질을 조사했다. 이앙부터 수확까지 월 2회, 총 9차례가량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조사 때마다 최소 2명의 인력이 필요했다. 폭염이나 집중호우가 이어질 경우 조사원의 안전 문제와 조사 효율 저하도 피하기 어려웠다.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이 개발한 AI 벼 생육 모니터링 시스템은 이러한 방식을 크게 바꾼다.
고정형 또는 이동형 카메라가 같은 지점의 벼 영상을 매일 촬영하면 인공지능이 영상을 분석해 벼의 성장 변화를 확인한다. 사람이 논에 들어가지 않고도 원격·무인·비파괴 방식으로 일 단위 생육 모니터링이 가능해 현장조사에 필요한 노동력을 60% 이상 절감할 수 있다는 게 농촌진흥청의 설명이다.

시스템은 ‘영상 수집 장비’, ‘영상 기반 생육 조사 AI 모델’, ‘벼 생육 모니터링 플랫폼’으로 구성된다. 국립식량과학원은 2023년부터 시스템 구축을 시작해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전국 도 농업기술원 19개소에는 고정형 영상 수집 장비를 설치해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2025년에는 설치와 이동이 간편한 이동형 영상 수집 장비를 개발하면서 시·군 농업기술센터 등을 포함한 86개소까지 영상 수집 기반을 확대했다.
AI 분석 정확도도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다. 현재 단위 면적당 벼 포기 수를 분석하는 재식밀도 정확도는 97%, 가지 수인 분얼수는 98%, 이삭이 패는 시기인 출수기 분석은 99% 수준이다. 이삭 면적을 기반으로 쌀 수량을 예측하는 모델의 정확도도 88% 수준까지 높아졌다.
농촌진흥청은 앞으로 벼 생육 형질 분석 정확도를 99%, 쌀 수량 분석 모델은 95% 수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벼 수확량 예측 방법과 장치에 대해서는 특허도 출원했다.
촬영 영상과 AI 분석 결과는 ‘벼 생육 모니터링 플랫폼’에서 통합 관리한다. 현재는 도 농업기술원 19개소의 고정형 영상 수집 장비를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향후 이동형 장비에서 확보한 데이터까지 연계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개선한다.
AI 활용 범위는 단순한 벼 성장 조사에서 농업재해 예찰로도 확대되고 있다.
국립식량과학원은 드론으로 논을 촬영한 뒤 인공지능이 벼 쓰러짐인 ‘도복’과 벼멸구 피해 면적을 분석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2025년 연구성과로 등록했다.
이 기술이 현장에 확산되면 조사원이 넓은 논을 일일이 확인하지 않고 드론 영상으로 피해 지역과 규모를 신속하게 파악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최근 벼멸구 피해가 다시 확산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AI 예찰 기술의 활용 가능성이 주목된다. 경남에서는 이달 중순 기준 벼멸구 피해가 도내 논 약 6만㏊의 3% 수준으로 집계됐다. 벼멸구는 볏대 아래쪽에 주로 서식하기 때문에 현장 예찰과 방제가 쉽지 않은 병해충이다.
농촌진흥청은 현재 도 농업기술원과 시·군 농업기술센터 등과 협력해 전국 690개 지점에서 병해충 발생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앞으로 영상 수집 장비 설치지역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2030년까지 전국 690개 벼 생육 조사 지점에 AI 모니터링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벼에서 확보한 영상·AI 기술을 다른 농작물까지 확대한다. 사람이 현장에서 육안으로 조사하던 기존 작물 생육조사 체계를 영상과 데이터, 인공지능 중심으로 전환하는 ‘농업 AX(AI Transformation·인공지능 전환)’가 본격화되는 셈이다.

김기영 농촌진흥청 기초식량작물부장은 “인공지능 벼 생육 모니터링 시스템은 기존의 인력 중심 조사 방식을 데이터 기반으로 전환하는 농업 분야 인공지능 전환(AX)의 핵심 성과”라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벼 생육과 수량 조사뿐만 아니라 재해 진단 등 영상·인공지능 기술의 활용 범위를 넓히고 연구 성과가 실제 농가 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AI 벼 생육 모니터링이 전국 조사망으로 확대되면 폭염 속 현장조사 부담을 줄이는 것은 물론 벼 생육과 쌀 생산량, 병해충·재해 상황을 보다 빠르게 파악하는 디지털 농업 기반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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