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농안법 하위법령 개정…정가·수의매매 전담인력 의무화
출하농가 위탁수수료 조정 권고제 도입…공영도매시장 경쟁·공공성 강화

[한국농어민뉴스] 농수산물 공영도매시장의 유통 구조가 달라진다. 앞으로 도매시장법인의 영업이익률이 크게 높아질 경우 정부가 출하 농가가 부담하는 위탁수수료율 조정을 권고할 수 있고, 평가에서 반복적으로 낮은 성적을 받은 도매시장법인과 시장도매인은 지정취소 대상이 될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2일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개정에 따른 하위법령 정비를 완료해 도매시장 경쟁 촉진과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개정 농안법은 지난 2월 27일 공포돼 8월 28일부터 시행됐다.
이번 제도 개편에서 출하 농가와 직접 관련된 핵심은 위탁수수료율 조정 권고제다.
도매시장법인이나 시장도매인의 해당 연도 평균 영업이익률이 최근 5년 평균보다 일정 수준 이상 증가하거나, 경영에 중대한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출하자와 소비자 권익 보호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농식품부 장관 또는 해양수산부 장관이 위탁수수료율 조정을 권고할 수 있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수수료를 조정하는 방식은 아니다. 사전에 해당 법인 등에 권고 내용과 사유를 알리고 의견을 듣도록 했다. 현행 농안법은 수수료 조정 권고를 따르지 않는 도매시장법인 또는 시장도매인이 권고 사실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그 사유를 정부에 소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권고 이행 결과는 정부의 도매시장 평가에도 반영할 수 있다.
다만 실제 어느 정도 영업이익률이 상승해야 수수료 조정 권고가 발동되는지, 어느 범위까지 수수료 인하를 요청할 수 있는지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농식품부는 발동 요건과 조정 요청 범위 등 세부 기준을 별도 고시로 제정·공포할 계획이다.
농산물 거래에서 경매 의존도를 낮추고 거래 방식을 다양화하기 위한 정가·수의매매 전담인력 기준도 신설됐다.
정가매매는 출하자와 구매자가 미리 정한 가격으로 거래하는 방식이며, 수의매매는 거래 당사자 간 협의를 통해 가격과 물량 등을 정하는 거래 방식이다. 농식품부는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도매시장법인이 경매사와 농산물품질관리사 등 일정한 자격과 경력을 갖춘 전담인력을 두도록 했다.
전담인력에는 최소 1명 이상의 경매사가 포함돼야 한다. 연간 총 거래규모가 10만톤 미만인 법인은 1명 이상, 10만톤 이상 20만톤 미만은 3명 이상, 20만톤 이상은 6명 이상을 운용해야 한다.
다만 법인별 정가·수의매매 거래규모 등을 고려해 전담인력 기준을 절반 범위에서 완화할 수 있도록 했다.
도매시장법인과 시장도매인에 대한 평가와 퇴출 기준도 구체화됐다.
정부 평가에서 하위 10% 이하를 ‘부진평가’로 명확히 규정했다. 다만 한 차례 하위 10%에 포함됐다고 곧바로 지정이 취소되는 것은 아니다.
도매시장법인 또는 시장도매인이 해당 지정·재지정 유효기간 중 3회 이상 또는 2회 연속 부진평가를 받은 경우 지정취소 기준에 해당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반복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은 법인에 대한 관리와 책임이 이전보다 강화될 전망이다.
평가받는 법인의 권리 보호 장치도 마련됐다. 평가 결과에 이견이 있는 도매시장법인과 시장도매인 등은 평가 결과를 통보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정부가 지정취소 등 처분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의견을 들을 수 있도록 해 절차적 정당성을 강화했다.
이번 개정은 결국 공영도매시장 안에서 도매시장법인 간 경쟁을 확대하는 동시에 출하 농가가 부담하는 유통비용과 수수료에 대한 정부의 관리 수단을 강화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특히 도매법인의 수익성이 크게 높아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위탁수수료 조정을 권고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은 농산물을 도매시장에 출하하는 농업인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실제 농가의 수수료 부담이 얼마나 줄어들지는 정부가 앞으로 마련할 위탁수수료율 조정 권고 세부 고시의 발동 기준과 조정 범위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서준한 농식품부 유통소비정책관은 이번 개정으로 도매시장 유통 주체 간 경쟁과 공공성을 강화할 법적 기반이 마련됐다며, 정부가 공영도매시장의 공익적 역할과 건전한 경쟁을 강화해 출하자와 소비자가 만족할 수 있는 유통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농안법 개편은 앞서 시행된 농산물 수급관리 및 가격안정제와 함께 농산물 유통·가격 정책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생산자단체 참여를 확대하고 농산물 수급계획과 가격안정제 등을 통해 농가 경영안정 기반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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