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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지 전수조사 대폭 보완…상속·고령농·관행 임대차 ‘일괄 처분 안 한다’
입력 : 2026-09-23 08:59

투기·중대 불법전용은 엄정 조치…일반 농지는 자진정비·농지은행 위탁으로 정상화

불법전용 농지도 38년 만에 양성화 추진…연내 특별조치법 제정, 농지법 개정도 병행

 

[한국농어민뉴스] 정부가 전국 농지 전수조사를 둘러싼 농업인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후속대책을 내놨다. 상속이나 고령화로 직접 농사를 짓기 어려운 농지와 농촌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진 임대차·휴경 등에 대해서는 일률적인 농지 처분에 나서지 않고, 자진 정비와 농지은행 위탁 등을 통해 정상화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로 했다.

 

반면 투기 목적의 농지 취득과 농업진흥지역 내 중대한 불법 전용은 현행 농지법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농지 전수조사는 1996년 1월 1일 이후 취득한 농지 약 136만㏊를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5월부터 행정정보와 항공사진 등을 활용한 기본조사를 실시했으며, 7월 29일 기준 조사 대상의 97%인 132만㏊, 1,013만 필지에 대한 기본조사를 마쳤다.

 

8월부터는 조사원이 현장을 직접 확인하는 심층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기본조사에서 농지 소유 제한 위반, 불법 임대차, 불법 전용, 무단 휴경 등이 ‘의심되는 농지’는 284만 필지로 27.0%였다. 불법 임대차 의심 21.1%, 무단 휴경 의심 11.6%, 불법 전용 의심 9.0%, 소유 제한 위반 의심 1.4% 등이다. 여러 유형이 중복될 수 있어 이를 제거한 전체 비율이 27.0%다.

 

그러나 284만 필지를 농지법 위반 농지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이는 행정정보 등을 토대로 심층조사가 필요하다고 선별한 ‘위반 의심 농지’이며, 현재 현장조사와 보완조사가 진행되고 있어 최종 조사 결과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농식품부는 농지 전수조사 결과 위반 사실이 확인되더라도 곧바로 농지를 처분하도록 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현행 농지법은 중대한 위법이 아닌 경우 1년의 자진 처분 기간을 먼저 부여하고, 이후 소유자가 성실하게 경작하고 있다면 처분명령을 3년간 유예한 뒤 소멸시킬 수 있는 절차를 두고 있다.

 

여기에 정부와 여당은 9월 21일 당정협의를 통해 농촌 현실을 반영한 후속대책을 한층 구체화했다.

 

전수조사에서 휴경이나 임대차 위반이 확인되더라도 먼저 직접 경작하거나 농지법상 허용된 방식으로 임대하도록 자진 정비기간을 부여한다. 기간 내 정상화하기 어려운 경우 농지은행에 농지 임대나 관리를 위탁하면 처분의무 부과를 유예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농업인들이 편의를 위해 서로 농지를 바꿔 경작하거나 마을의 여러 농지를 한 사람이 모아 경작하는 등 투기와 관계없이 농촌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져 온 임대차도 농지은행에 임대 위탁하면 처분을 유예하는 방향이다.

 

고령 농업인이나 상속·이농자가 보유한 농지도 마찬가지다. 직접 경작하기 어렵지만 매수 희망자를 찾기 힘든 경우 농지은행에 관리권을 위탁할 수 있도록 하고, 소유자가 불분명한 미등기 상속농지는 행정청이 대리경작자를 지정하거나 재산세 납부자 등이 대표로 농지은행에 위탁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한다.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소유한 공유농지도 투기 목적이 아니라면 지분 과반수를 가진 공유자들의 동의를 받아 농지은행에 임대 위탁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농지 임대차 특별정비기간도 11월 15일까지 연장한다. 특히 소유한 지 3년이 지난 농지를 조사기간 내 농지은행에 위탁 임대할 경우 보완조사 대상에서 제외하고 농지법상 임대차 위반으로 보지 않는 방안도 제시됐다.

 

농촌 현장에서 관심이 큰 불법 전용 농지에 대한 양성화도 추진된다.

 

전수조사를 통해 불법 전용이 확인되더라도 농업진흥지역을 훼손한 중대한 사안 등이 아니라면 사후적으로 적법한 상태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다. 정부 설명에 따르면 농지 불법 전용에 대한 이 같은 양성화 조치는 1988년 이후 38년 만에 추진되는 것이다.

 

원래 전용 신고나 허가를 받았다면 설치할 수 있었던 농업용·공공·기타 시설이 단순히 절차를 거치지 않아 불법 상태가 된 경우 유형별로 사후 전용 신청을 허용하고, 요건을 충족하면 농지보전부담금을 납부한 뒤 적법한 상태로 전환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다만 비닐하우스나 버섯재배사 등으로 신고해 놓고 실제로 식당을 운영하거나 태양광발전에만 사용하는 등 법 위반 의도가 명백한 사례는 정상화 대상과 구분한다. 실제 영농 의사 없이 시세차익이나 개발이익을 노리고 농지를 취득한 경우, 거짓 영농계획을 제출한 뒤 무단 휴경·불법 임대한 경우, 농업법인이 농지를 취득한 뒤 부동산업을 영위하는 경우 등도 엄정 조치 대상이다.

 

농업진흥지역 농지를 야적장이나 야영장 등 법에서 금지하는 비농업용 시설로 불법 전용한 중대한 사례 역시 농지 처분명령과 원상회복 등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한다.

 

정부는 이 같은 농지 정상화와 양성화에 필요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특별조치법 제정을 추진하고 농촌 현실에 맞도록 농지법 개정도 병행할 방침이다. 농지은행의 공공 매입·교환분합 등을 확대해 소규모로 흩어진 농지를 규모화하고, 고령농이 내놓거나 위탁한 농지를 청년농·귀농인에게 공급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22일 충남 홍성군 농지 전수조사 현장 간담회에서도 농업인들의 우려에 대해 직접 설명했다. 송 장관은 이번 조사가 농업인을 적발하고 처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농지의 소유·이용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현실에 맞는 농지 관리와 제도 개선에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정부가 예로 든 명백한 투기나 중대한 불법 전용 사례를 제외한 농촌 현실에서 발생한 관행적 위반사항에 대해서는 특별조치법을 통해 충분한 정상화·양성화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결국 이번 농지 전수조사의 핵심은 ‘284만 필지 적발·처분’이 아니라 ‘284만 필지 위반 의심→현장 심층조사→투기와 관행적 위반 구분→투기는 엄정 조치, 일반 농지는 정상화’라는 절차에 있다. 농업인 입장에서는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는 사실만으로 농지 처분이 확정된 것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다만 투기 목적의 농지 취득이나 중대한 불법 전용은 정상화 대상과 명확히 구분되는 만큼 심층조사 결과와 향후 특별조치법의 구체적인 적용 범위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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