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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영향평가 ‘공탁제’ 첫 시범…사업자가 평가업체 직접 고르는 구조 바꾼다
입력 : 2026-10-05 20:00

대청댐 발전시설 현대화 사업 첫 적용…한국환경보전원이 업체 선정, 연내 2건 이상 추가 시범·2027년 제도 도입 추진

 

[한국농어민뉴스] 사업자가 환경영향평가 대행업체를 직접 선정하는 현행 방식에서 벗어나 제3의 기관이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평가업체를 선정하는 ‘환경영향평가 공탁제’가 처음으로 현장 시험대에 오른다.

 

개발사업자와 환경영향평가 업체 간 이른바 ‘갑을 관계’를 끊어 거짓·부실 평가 가능성을 낮추고 환경영향평가의 독립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환경영향평가의 거짓·부실을 방지하고 평가의 독립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환경영향평가 공탁제’ 첫 시범사업을 추진한다고 5일 밝혔다.

 

첫 적용 대상은 한국수자원공사가 발주하는 ‘대청댐 발전시설 현대화 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대행사업’이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오는 10월 6일 자체 전자조달시스템을 통해 관련 시범사업을 공고할 예정이다.

 

환경영향평가 공탁제의 핵심은 ‘누가 환경영향평가 업체를 선정하느냐’를 바꾸는 데 있다.

 

현행 환경영향평가 제도에서는 개발사업자가 환경영향평가 대행업체를 선정하고 계약을 체결하는 구조다. 평가를 받아야 하는 사업자가 평가를 수행할 업체를 직접 선정하는 셈이어서 사업자와 대행업체 사이의 갑을 관계와 저가 계약, 사업자 요구에 따른 평가 독립성 훼손 가능성 등이 지속적으로 문제로 제기돼 왔다.

 

정부도 이 같은 구조가 환경영향평가의 독립성과 신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보고 제도 개선을 추진해 왔다. 환경영향평가서의 거짓·부실 작성 논란이 반복되면서 사업자와 평가업체 간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줄여야 한다는 요구도 이어졌다.

 

공탁제가 시행되면 사업자가 평가업체를 임의로 선정하는 방식 대신 제3의 공탁기관이 일정한 기준을 적용해 대행업체를 선정하게 된다. 이를 통해 환경영향평가 업체가 사업자의 영향력에서 보다 독립적으로 조사를 수행하고 평가서를 작성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한다는 것이 제도 도입의 핵심 목표다.

 

이번 첫 시범사업에서는 한국환경보전원이 공탁기관을 맡는다. 한국환경보전원은 환경영향평가 업체의 기술인력 능력과 업무수행 실적, 행정처분 이력 등을 평가해 우수한 대행업체를 선정할 예정이다.

 

정부는 환경영향평가 공탁제 도입을 국정과제로 추진해 왔다. 2026년 3월에는 사업자 대신 제3기관이 대행업체를 선정하는 공탁제 도입 및 시범사업 계획을 수립했으며, 시민단체와 환경영향평가 업계, 전문가 등 이해관계자와 제도 설계를 논의해 왔다.

 

다만 공탁제를 둘러싼 쟁점도 남아 있다. 일부 환경단체에서는 제3기관이 환경영향평가 업체를 선정하는 것만으로는 거짓·부실 평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해 왔다.

 

공탁기관이 단순히 업체 선정에 그치지 않고 비용 예치와 발주·입찰·계약·검수, 분쟁 조정, 협의 결과 이행 등 평가 과정 전반을 관리해야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시민 참여 확대와 환경영향평가 정보공개 강화, 거짓·부실 평가에 대한 제재 강화 역시 향후 제도 개선 과정에서 검토해야 할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시범사업과 이해관계자 의견수렴을 거쳐 제도를 보완한다는 방침이다. 사업자와 평가업체 사이의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줄이는 것에서 출발해 실제 현장에서 평가의 독립성과 신뢰성이 얼마나 개선되는지를 검증하겠다는 것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번 대청댐 발전시설 현대화 사업을 시작으로 올해 안에 2건 이상의 환경영향평가 공탁제 시범사업을 추가로 추진할 계획이다.

 

시범사업을 통해 공탁기관의 업체 선정 절차와 평가기준, 사업자 및 평가업체와의 역할 관계, 현장 적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 등을 확인한 뒤 시민단체와 업계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해 환경영향평가 공탁제 도입을 위한 법령 개정안을 마련한다.

 

정부가 밝힌 일정대로라면 올해 시범사업을 통해 제도의 실효성을 검증하고 필요한 보완 작업을 거쳐 2027년 환경영향평가 공탁제 제도 도입을 추진하게 된다.

 

환경영향평가는 도로·철도·댐을 비롯한 각종 개발사업이 자연환경과 생활환경 등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조사·예측·평가하고 환경 피해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핵심적인 환경정책 수단이다.

 

따라서 평가 결과의 객관성과 신뢰성 확보는 개발사업 추진 과정에서 환경보전뿐 아니라 지역주민과 사업자 간 갈등을 줄이는 데도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이번 공탁제 시범사업이 주목되는 이유도 평가업체 선정 단계부터 사업자의 직접적인 영향력을 줄이는 제도 변화가 실제 현장에 처음 적용된다는 점에 있다.

 

이채은 기후에너지환경부 자연보전국장은 “이번 시범사업은 환경영향평가 공탁제의 절차와 효과, 현장 적용성을 검토하기 위한 첫걸음”이라며 “공탁제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켜 환경영향평가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높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대청댐 시범사업 결과는 향후 환경영향평가 제도 전반의 변화 방향을 가늠할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특히 제3기관의 업체 선정만으로 사업자와 평가업체 간 종속 관계를 충분히 차단할 수 있는지, 평가의 독립성과 공공성이 실제로 향상되는지가 2027년 제도 도입 여부와 법령 개정 과정의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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