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사과·배 과수원 발병 후 매몰에서 예방 중심으로…형광 진단기술·모바일 예찰 도입 추진
올해 9개 시군 29개 농가 12.7ha 피해…2027년 방제지침 개정·손실보상 절차 개선 검토

[한국농어민뉴스] 사과와 배 재배농가에 막대한 피해를 주는 과수화상병 방제체계가 감염 이후 매몰하는 사후 대응에서 겨울철 병원균을 미리 제거하는 사전 예방 중심으로 강화된다. 경기도는 첨단 진단기술과 모바일 병해충 예찰시스템을 도입해 과수화상병의 조기 발견과 확산 차단에 나설 계획이다.
경기도는 26일 과수화상병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겨울철 궤양 제거와 조기 진단, 현장 예찰을 강화하는 예방 중심의 방제체계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과수화상병은 사과와 배 등 장미과 식물에 발생하는 세균성 병해로, 잎과 꽃, 가지, 과실이 불에 탄 것처럼 검게 변하고 말라 죽는 것이 특징이다. 전염력이 강하고 효과적인 치료제가 없어 감염이 확인되면 관련 방제기준에 따라 감염 나무나 과수원에 대한 제거·매몰 조치가 이뤄진다.
국내에서는 2015년 경기도 안성에서 처음 확인됐으며, 이후 주요 사과·배 재배지역으로 확산하면서 과수농가의 경영 불안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경기도에 따르면 올해 도내 과수화상병은 9개 시군, 29개 농가, 12.7ha에서 발생했다. 이에 따른 손실보상금은 약 85억 원 규모로 지급이 진행 중이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은 지난 22일 민간 전문가와 농촌진흥청, 도 및 시군 병해충 담당 공무원 등 4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과수화상병 현장예찰 강화 세미나·토론회'를 개최하고 새로운 방제기술과 예방체계 도입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논의의 핵심은 과수화상병 병원균이 겨울철 나무의 궤양 부위에서 살아남는 특성을 활용해 이듬해 봄철 감염원을 사전에 제거하는 것이다.
과수화상병 병원균은 겨울 동안 감염된 가지와 줄기의 궤양 부위에서 월동하다가 봄철 기온이 상승하면 다시 활동한다. 특히 꽃이 피는 시기에는 비바람과 곤충, 농작업 도구 등을 통해 다른 나무와 과수원으로 확산할 수 있어 겨울철 궤양 제거가 중요한 예방 수단으로 꼽힌다.
농촌진흥청도 매년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를 과수화상병 사전 예방 중점기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감염 의심 부위 제거와 농작업 도구 소독, 정기 예찰 등을 통해 병원균 확산을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경기도는 특히 과수화상병 병원균을 현장에서 간이 확인할 수 있는 형광 진단 스프레이의 활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형광 진단기술이 현장에 적용되면 육안으로 구별하기 어려운 감염 의심 부위를 보다 신속하게 확인하고 정밀진단으로 연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해당 기술은 현재 활용 가능성을 검토하는 단계로, 실제 현장 적용 범위와 진단 정확도 등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
또한 도내 18개 시군을 대상으로 모바일 기반 병해충 모니터링 시스템을 2027년 시범 도입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모바일 예찰시스템은 현장에서 확인한 병해충 의심 정보와 예찰 결과를 신속하게 공유해 관계기관의 초기 대응 역량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향후 현장 운영 방식과 적용 범위가 구체화될 전망이다.
개화기 약제 방제체계 확대와 공적방제 절차 개선도 추진 과제에 포함됐다. 경기도는 감염 의심 단계부터 현장 예찰과 진단을 강화하고, 발생이 확인되면 신속하게 방제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할 계획이다.
특히 과수화상병 발생으로 과수원을 폐원하거나 나무를 제거해야 하는 농가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손실보상금 집행절차 개선 방안도 검토한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7년 과수화상병 예찰·방제 지침 개정안'에 대한 의견은 소관 기관인 농촌진흥청에 건의할 예정이다. 따라서 지침 개정과 신규 진단기술 도입은 현재 확정된 시행사항이 아닌 추진·검토 단계다.
전국적인 과수화상병 발생 규모는 2020년 744개 농가, 394.4ha로 정점을 기록한 이후 감소하는 추세다. 2024년에는 162개 농가, 86.9ha, 2025년에는 135개 농가, 55.4ha에서 발생했다.
그러나 기존 발생지역에서 반복 감염이 나타나고 신규 발생지역도 확인되고 있어 지속적인 예방과 예찰이 필요한 상황이다.

과수화상병 청정지역으로 분류돼 온 전남에서도 예방체계 강화가 중요해지고 있다. 전남농업기술원은 올해 나주시 배 과수원에서 유입 차단 모의훈련을 실시하고, 정밀진단과 관계기관 합동 예찰 등 사전 대응체계를 점검했다.
특히 나주를 비롯한 배 주산지는 과수화상병이 발생할 경우 생산량 감소뿐 아니라 과수원 폐원과 농가 소득 손실로 이어질 수 있어 외부 유입 차단과 신속한 신고가 중요하다.
농촌진흥청은 겨울철 궤양 제거가 과수농가의 의무 예방조치에 해당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과수화상병 발생 과수원에서 궤양을 확인하고도 제거하지 않는 등 예방수칙을 이행하지 않은 경우 손실보상금이 10% 감액될 수 있어 농가의 주의가 요구된다.
과수농가는 겨울철 가지치기 과정에서 궤양이나 감염 의심 부위를 세심하게 확인하고, 작업 도구 소독과 외부 작업자 출입 관리 등 기본 예방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의심 증상이 발견되면 임의로 처리하기보다 관할 시군 농업기술센터에 신속히 신고해 진단과 방제 안내를 받아야 한다.
이준배 경기도농업기술원 기술보급과장은 "과수화상병은 겨울철 궤양을 사전에 제거해 생육기 발생과 인근 지역으로의 확산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사후 처리에 쏟던 행정력과 역량을 동절기 궤양 제거와 선제적 현장관리에 총동원해 경기도 과수 산업의 안전망을 굳건히 지키겠다"고 밝혔다.
이번 방제체계 강화는 과수화상병 발생 이후 막대한 비용을 들여 감염 나무를 제거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겨울철 예방과 조기 진단을 통해 농가 피해 자체를 줄이려는 정책 전환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앞으로 첨단 진단기술의 현장 실효성과 모바일 예찰시스템의 활용도, 예방약제 방제 확대, 손실보상 절차 개선 등이 과수화상병 방제정책의 주요 과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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